달려온 길, 더듬어 볼 궤적이 없으니

가벼워지더군요

심수자 시집『오후의 점술사』/ 잉어등 / 128쪽 / 12,000원

심수자의 시에 담긴 고통의 서사와 어둠의 이미지는 니체가 말한 고통의 의미와도 닮아 있다. 그는 카이로스적 발견을 통해 세상을 새롭게 바라보며, 가난과 고통, 어둠과 그늘, 석양과 얼룩, 그믐과 빙점 같은 관념들을 시 속에서 불러온다. 이러한 이미지들은 단순히 절망에 머물지 않으며 종국에는 극복의 과정 속에서 시의 새로운 깊이를 획득하게 된다. 독자들은 그의 시를 통해 불교적 상상력이 바탕이 된 존재와 세계를 깊이 있게 관조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