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으로 치자면 소국일 것이다. 장미, 모란 같은 화사한 얼굴 대신 냉이, 민들레의 '뒤척이는 향기'를 쫓는 그의 시는 '흩어진 노래의 숨 모으는' 생의 이면으로 우리를 이끈다. '갓 피는 꽃만 골라' 꺾어 생의 밑천으로 삼았던 삶의 이력 탓이겠지만, 능소화와 너도밤나무, 참외와 방울토마토 같은 식물이 숱하게 호명되고 쌀벌레, 붉은등우단털파리 같은 미물에까지 눈길이 가닿아 있다. 피는 꽃 대신 지는 꽃의 배면을 더듬는 속내는 '엄마의 눈물샘'을 먹고 자란 이의 숙명일지도 모를 터. '목구멍이 긴 꽃일수록 꿀샘도 더 깊숙이 숨'어있을 거라는 믿음으로 '제피나무 눈알 탈탈 털어내고 껍데기 한 줌 움켜쥐고 돌아와 부글부글 추어탕 한 솥 끓'여내는 저녁 공터의 시. 작은 '꽃숭어리 단단히 엮어두는' 소국의 꽃받침 같은 그 강인함.
나는 쉰 번의 가을을 버티고 있다
그래 그때 우리 열여섯 살 가을이었지
박언숙 시집『여기는 동지입니다』/ 시와반시 / 144쪽 / 15,000원
꽃으로 치자면 소국일 것이다. 장미, 모란 같은 화사한 얼굴 대신 냉이, 민들레의 '뒤척이는 향기'를 쫓는 그의 시는 '흩어진 노래의 숨 모으는' 생의 이면으로 우리를 이끈다. '갓 피는 꽃만 골라' 꺾어 생의 밑천으로 삼았던 삶의 이력 탓이겠지만, 능소화와 너도밤나무, 참외와 방울토마토 같은 식물이 숱하게 호명되고 쌀벌레, 붉은등우단털파리 같은 미물에까지 눈길이 가닿아 있다. 피는 꽃 대신 지는 꽃의 배면을 더듬는 속내는 '엄마의 눈물샘'을 먹고 자란 이의 숙명일지도 모를 터. '목구멍이 긴 꽃일수록 꿀샘도 더 깊숙이 숨'어있을 거라는 믿음으로 '제피나무 눈알 탈탈 털어내고 껍데기 한 줌 움켜쥐고 돌아와 부글부글 추어탕 한 솥 끓'여내는 저녁 공터의 시. 작은 '꽃숭어리 단단히 엮어두는' 소국의 꽃받침 같은 그 강인함.
-장옥관(시인)